디지털 임상시험

FDA와 EMA의 디지털 임상시험(In Silico) 가이드라인 핵심 차이

shineflow1004 2025. 7. 5. 20:03

디지털 혁신의 중심에 선 In Silico 임상시험

최근 몇 년간 제약 및 바이오 업계에서는 물리적인 실험 대신 컴퓨터 기반의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는 In Silico(인 실리코) 임상시험이 주목을 받고 있다. In Silico란 '컴퓨터 내에서'를 의미하는 라틴어 표현으로, 이는 실제 사람이나 동물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수학적 모델과 알고리즘을 통해 약물의 효과나 부작용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기반의 임상시험 방법이다. 이 방식은 개발비용을 절감하고 시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혁신적인 접근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이 실제 임상에서 적용되기 위해서는 규제 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은 각각의 기준과 철학에 따라 In Silico 접근법에 대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규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두 기관의 주요 차이점과 배경을 분석하며, 국내 제약 기업들이 글로벌 임상 전략을 세우는 데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FDA와 EMA의 디지털 임상시험(In Silico) 가이드라인 핵심 차이 정리

 

FDA의 입장: 실용성과 데이터 기반 중심의 규제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은 In Silico 기술의 적용에 있어 비교적 진보적이며 실용적인 입장이다.  특히  모델 기반 약물 개발(Model-Informed Drug Development, MIDD)이라는 전략을 통해, 수학적 모델과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의사결정을 점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FDA는 이 모델을 단순한 보조 도구로 보지 않고, 실제로 임상 디자인 및 결과 해석에까지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FDA는 2018년부터 Model-Informed Drug Development Pilot Program 을 통해서 실제  허가 절차에 인실리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한, FDA는 '모델의 검증(Verification)'과 '모델의 타당성 검토(Validation)' 을 상당한 중요하게 보며, 모델이 실제 생리학적 반응을 얼마나 충실히 재현하는지를 평가의 핵심으로 삼는다. 특히 가상 인체(Virtual Patient) 생성 과정에서의 생리학적 가정(Physiological Assumptions)과 그 정당성은 필수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FDA는 이러한 기술을 단순한 혁신 도구로 보기보다, 궁극적으로 환자 안전성과 임상 결과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실제 허가 과정에서 In Silico 기반 데이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EMA의 접근법: 윤리성과 규범 중심

유럽 의약품청(European Medicines Agency, EMA)은 In Silico 임상시험에 대해 보다 보수적이고 윤리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EMA는 '과학적 타당성(Scientific Validity)'과 함께 '사회적 수용 가능성(Social Acceptability)'을 동등하게 고려하며, 기술의 활용 범위와 리스크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요구한다. EMA는 ‘모델링과 시뮬레이션(Modeling and Simulation)’을 신약 허가심사의 보조 자료로 권장하고 있으나, FDA보다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을 취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EMA는 In Silico 기술이 동물실험 대체법(Alternative to Animal Testing)으로 사용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그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EMA는 모델의 구조, 가정, 시뮬레이션의 반복성(Reproducibility), 통계적 검정력 등 매우 엄격한 기술적 기준을 적용한다.

2021년 이후 EMA는 In Silico 기반 자료에 대한 심사 체계를 조금씩 확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독립적인 검증과 윤리위원회의 판단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EMA는 특히 시뮬레이션에 사용되는 알고리즘의 투명성(Algorithm Transparency)과 해석 가능성(Interpretability)에 주목하며, 블랙박스 모델(Black-box Model)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를 요구한다. 이는 기술의 혁신성보다 규범적 안전성과 투명성을 더 중요하게 보는 유럽의 보건철학에서 기인한 것이다.

FDA와 EMA의 핵심 차이점 정리

두 기관은 모두 In Silico 임상시험을 인정하고 있으며, 미래 지향적인 기술로서의 가능성을 긍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적용 방식과 판단 기준에서는 명확한 차이가 존재한다.

  1. 접근 철학: FDA는 기술의 실용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며, 시뮬레이션이 임상적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반면 EMA는 윤리성, 투명성, 사회적 수용성 등 다층적 기준을 적용한다.
  2. 모델 검증 방식: FDA는 점진적 허용 및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한 실증 중심의 검증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EMA는 이론적 구조와 통계적 검정에 대한 엄격한 검토를 중시한다.
  3. 자료 제출의 자율성: FDA는 제약사의 자율적인 모델 설계와 제출을 비교적 허용하는 반면, EMA는 사전에 정의된 조건과 지침 내에서만 허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4. 적용 사례의 수: 현재까지 FDA에서는 In Silico 기반으로 허가받은 의약품 사례가 EMA보다 상대적으로 많으며, 기술 적용을 더 빠르게 해가고 있다。

국내 제약사에 주는 시사점

한국의 제약 및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In Silico 기반 기술을 단순히 R&D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규제기관의 입장 차이를 깊이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FDA를 목표로 하는 기업은 시뮬레이션의 실용성과 환자 중심 데이터 구축에 집중해야 하며, 모델 검증의 객관성과 반복 가능성 확보가 핵심이다. 반면 EMA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은 기술의 윤리성, 데이터 투명성, 사회적 수용 가능성까지 고려한 포괄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진출을 고려하는 제약사는 인실리코 데이터의 국제 수용도를 면밀히 분석한 뒤 전략을 세워야 하며, 미국과 유럽 각각의 요구사항에 맞춰 모델을 맞춤화(customization)하는 유연성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