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임상시험

코로나 백신의 숨은 조력자, In Silico 임상시험 기술

shineflow1004 2025. 7. 2. 15:53

역백신학, 백신 설계의 속도를 바꾼 In Silico

2020년 초, 코로나19(COVID‑19)의 전 세계적 확산은 인류에게 백신 개발의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비상 상황이었다. 통상적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승인받기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수개월 내로 효과적 백신을 확보해야 했다. 이 긴박한 환경에서 주목받은 기술이 바로 In Silico(인 실리코) 방식이다. In Silico는 실제 실험이 아닌 컴퓨터 기반의 생물학적 시뮬레이션 기술을 말한다. 이를 활용하면 바이러스 단백질 구조, 면역 반응 경로, 약물 결합 가능성 등을 실험 없이도 가상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주 표적인 Spike 단백질(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표면 돌기 단백질) 구조가 유전체 정보 공개 후 곧바로 밝혀지면서, 다수의 백신 후보물질이 In Silico 환경에서 빠르게 설계되었다. 그중 일부는 mRNA 기반 백신 전략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며 개발속도가 가속화 되었다. 이러한 초기 설계는 역백신학(reverse vaccinology) 기법을 활용해, 유전자 정보로부터 백신 후보 항원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단백질의 3차 구조와 항원성을 분석하는 구조기반 백신 설계(structure-based vaccine design)도 In Silico 모델링과 함께 사용되었으며, 이는 기존 백신 설계의 속도를 최소 5배 이상 단축하는 데 기여했다.

 

코로나 백신의 숨은 조력자, In Silico 임상시험 기술

면역 반응까지 시뮬레이션한 모델 UISS

단순한 백신 후보 항원 분석을 넘어서, 실제 면역계 반응을 가상 환경에서 예측한 UISS(Universal Immune System Simulator) 모델도 큰 주목을 받았다. UISS는 인체 면역세포 각각을 ‘에이전트(agent)’로 보고, 이들이 백신 항원에 반응하는 과정을 Agent-Based Model(개체 기반 모델)로 구현한 시스템이다. 즉, T세포와 B세포, 수지상세포, 항체 등이 어떤 순서로 활성화되고, 얼마나 강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지를 컴퓨터 안에서 재현한다. 2020년 BMC Bioinformatics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이 모델이 SARS‑CoV‑2 감염 시 면역 반응의 시계열 변화를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In silico trial to test COVID‑19 candidate vaccines: a case study with UISS platform , CMISF 2019 ) 또한 특정 monoclonal antibody(단일클론항체) 기반 백신 전략에 대해, In Silico 상에서 면역반응의 강도와 지속기간을 분석해 유망 여부를 사전에 검토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실제 동물 실험이나 초기 임상시험에서의 면역 모니터링 설계에 반영되었다. 기존에는 실험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던 면역반응 흐름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동시에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데 기여한 것이다. 이는 In Silico 기술이 단순한 설계도구가 아닌, 면역 생리학 수준의 시뮬레이션 플랫폼으로 발했음을 알 수있다.


변이 대응 전략으로 항원거리 기반의 가상 부스터 설계

COVID‑19는 빠르게 변이하는 바이러스 특성상 기존 백신의 효과가 반복적으로 저하되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부스터 백신을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였다, 이때 사용된 전략 중 하나가 바로 항원거리(antigenic distance) 개념이다. 항원거리는 두 바이러스 간의 구조적 또는 유전자적 차이를 수치화한 것으로, 이 거리가 멀수록 교차 면역 반응이 약할 가능성이 높다. 연구자들은 In Silico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와 기존 백신 항원 간의 항원거리를 계산하고, 가장 높은 광역 보호 효과를 가질 가능성이 있는 항원을 도출했다.
특히 중국과 유럽의 연구팀은 SARS-CoV-1(2003년 사스 바이러스) 기반 항원이 오미크론 계열을 포함한 다양한 변이에 대해 넓은 교차면역을 유도할 가능성을 시뮬레이션으로 제시했다 ( Cell Host & Microbe , Rational design of a booster vaccine against COVID-19 based on antigenic distance, 2023 )

이는 이후 광역형 부스터 백신 설계에 실제 반영되었고, 글로벌 제약사들의 전략 결정에도 영향을 주었다. 즉, 단순히 항체 반응만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서, 변이주 간의 유사성과 면역 대응 가능성을 In Silico 환경에서 비교 분석하여 최적 백신 조합을 설계한 것이다. 이런 접근은 변이 발생 속도에 비해  빠르게 대응 전략을 수립 및,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기 전에 방향성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 실리코와 AI 통합 모델을 통한 백신 설계 효율화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In Silico 기술은 점차 AI(인공지능)와 결합되며 진화하였다. 특히 딥러닝 기반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인 AlphaFold의 등장은 백신 항원 디자인에 있어 새로운 해결점을 제공했다. AlphaFold는 바이러스 단백질의 3차 구조를 정확히 예측함으로써, 항원결정기(epitope: 면역세포가 인식하는 부위)를 미리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이 정보를 기반으로 한 백신 후보 설계가 In Silico 모델에서 효율적으로 구현되었다. 또한 AI 기반의 약물 반응 예측 시스템은 수백 가지 백신 조합을 비교 분석하여, 가장 가능성 높은 조합을 In Silico 시뮬레이션으로 도출하는 데 쓰였다. 예를 들어 다양한 보조제(adjuvant: 면역 반응을 강화하는 물질)와 항원 간 조합을 평가하고, 가장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백신 프로토콜을 제안하는 데 역할을 하였다. 이는 결국 정밀 백신 설계(precision vaccine design)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겼으며, 향후 개별 환자에 맞춤형 백신 전략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기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In Silico 기술과 AI의 융합은 COVID‑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효율이 향상하고, 실패율이 감소되었다.

고찰, In Silico, 더 빠르고 정밀한 백신 개발의 열쇠

COVID‑19 팬데믹에 In Silico 기술이 더해지면서  전 세계 백신 개발 패러다임을 변화시켰고,  초기 항원 후보 설계에서부터, 면역 반응 예측, 변이 대응 전략 수립, 그리고 AI 통합 설계까지 In Silico는 실험 이전 단계에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개발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UISS와 같은 정교한 시뮬레이터와 항원거리 기반 전략은 백신 개발 과정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이는 단지 시간과 비용의 감소뿐만 아니라, 신뢰성과 과학적 근거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앞으로 In Silico 기술은 더욱 정밀해지고, 개별 환자 맞춤형 백신 설계나 신속한 변이 대응 플랫폼으로 확대될 것이다. COVID‑19 백신 개발은 그 출발점에 불과하며, In Silico는 미래 전염병 시대의 핵심 전략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