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예측에 있어서 디지털 혁명, 필요성
신약 개발은 성공 확률이 이제까지 매우 낮고, 평균 10~15년에 달하는 기간이 소요되며 수천억 원의 비용이 과정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개발 실패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예측하지 못한 약물 부작용’, 특히 간독성(hepatotoxicity)이다. 임상 시험 단계에서는 일부 부작용이 감지되지만, 시판 이후에야 나타나는 치명적인 간 손상 사례도 많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FDA와 제약사들이 함께 개발한 ‘DILIsym’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DILIsym은 In Silico(컴퓨터 기반 시뮬레이션) 모델로, 임상시험 전 단계에서 간 손상 가능성을 가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DILIsym 무엇인가
DILIsym은 복합적인 간 세포 생리학, 약물 대사 경로, 개인차를 반영한 생물학적 변수 등을 통합한 수학적 모델이다. 간 내에서 약물이 어떤 경로로 대사되고, 이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어떻게 축적되는지를 다양한 변수 시나리오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약물이 미토콘드리아 손상, 담즙 정체, 산화 스트레스 유발 가능성을 가진 경우, 이를 수치화해 간 손상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PBPK (Physiologically Based Pharmacokinetic) 모델과 독성 경로 모델(toxicity pathway model)을 결합하여, 가상의 환자군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간 독성 반응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실제로 Shah et al., Clinical Pharmacology & Therapeutics, 2015 의 연구에서는 DILIsym이 신약 후보물질 3종에 대해 실제 임상 결과와 일치하는 간독성 예측 결과를 도출한 바 있으며, 이는 In Silico 시스템이 단순 참고 자료를 넘어 실제 의사결정을 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규제 기관과 제약사,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미국 FDA는 DILIsym을 비임상 독성 평가의 보조 도구로 인정하고 있으며, 일부 제약사들은 IND(임상시험계획신청) 단계에서 DILIsym 결과를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DILIsym Services Inc.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해 신약 후보물질의 간독성 리스크를 조기에 분석함으로써 임상 중단의 위험을 줄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글로벌 제약사는 항바이러스제 개발 과정에서 실험 동물에서 간 효소 수치가 경미하게 상승하는 현상을 보였으나, DILIsym 분석 결과 인간 간세포에는 영향이 거의 없음을 시뮬레이션으로 증명하고 임상 진행을 지속했다. 결과적으로 이 약물은 임상 2상까지 성공적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이처럼 In Silico 모델은 사람 간의 대사 반응 차이를 고려할 수 있어 사람을 위한 모델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DILIsym 기술적 강점과 한계: 왜 모두가 도입하지 못하나?
DILIsym은 높은 정밀도와 예측력을 자랑하지만, 사용에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약물의 대사 경로에 대한 정확한 전임상 데이터가 필수이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고성능 계산 인프라가 필요하다. 또한, 모델 내에 포함되는 생리학적 변수들이 주로 서구 인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어, 아시아, 아프리카 등 다양한 인종의 생리 데이터를 반영하는 모델 개선도 꾸준히 요구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중소 제약사나 초기 단계의 바이오벤처에서는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NIH, FDA, EMA 등의 기관에서 공공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DILIsym 자체도 다양한 인구 집단에 맞는 버전을 개발 중이다. 특히 NIH의 Tox21 데이터셋은 수천 종의 화학물질 독성 정보를 제공하여, DILIsym 모델 훈련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래의 인 실리코 임상시험, 디지털 기반 전임상 플랫폼 역활 확대
DILIsym을 비롯한 In Silico 간독성 예측 모델은 향후 "디지털 기반 전임상 플랫폼" 으로서 역할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AI 기반 예측 알고리즘과 통합되면, 단순한 간독성뿐만 아니라 심장, 신장, 면역 반응 등 다양한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생체 통합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질 것이다.
더 나아가, 실제 환자의 유전체 정보, 약물 병용 정보 등을 반영한 환자 맞춤형 독성 예측도 실현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신약 개발의 ‘속도’와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In Silico 임상시험이 동물실험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주요 수단으로 지금은 ‘보조적 도구’에 머물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새로운 신약 허가 기준의 핵심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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