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는 단순한 기술 흐름을 넘어 의료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치료의 개념을 ‘약’과 ‘수술’에서 ‘알고리즘과 행동 변화’로 확장시키고 있다. 한국은 2023년부터 디지털 치료제를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oftware as a Medical Device, SaMD)로 공식 분류하고 허가체계를 운영해 왔으며, 국내에서도 실제로 치료 목적의 디지털 제품이 의료기기로 승인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이 자주 혼동되어 왔지만, 2023년 8월 16일 에임메드(AIMMED)의 "솜즈(SOMZ)"가 정식 허가를 받으면서, 디지털 치료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병원 진료나 보험 심사 등 의료 제도 안에서 공식적인 치료 도구로 인정받게 되었으며, 다시 말해 진료와 처방이 가능한 '공식 의료기기'로 등록되었다.
이후 웰트의 ‘웰트-I’, 라이프시맨틱스의 ‘레드필 케어’ 등이 연이어 승인되며 국내 디지털 치료제 산업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2025년 7월 현재까지 KFDA가 정식으로 허가한 주요 디지털 치료제 사례 3가지를 중심으로, 제품의 특성, 허가 기준, 향후 전망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디지털 치료제란 무엇인가? – 단순 건강 앱과의 차이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는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된 과학적 근거 기반(evidence-based)의 디지털 솔루션이다. 단순한 운동 권장 앱이나 명상 유도 앱과는 전혀 다르며, 반드시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어야 하고, 규제기관의 심사를 거쳐야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KFDA는 DTx를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로 분류하고, 기존 의료기기와는 다른 심사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허가 과정에서는 알고리즘의 치료 목적성,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의 안정성, 개인정보 보호 설계, 의료진 연동 구조, 임상 근거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기준은 미국 FDA나 유럽 EMA, 독일 BfArM과도 유사하며, 한국 역시 글로벌 규제와 발맞추어 디지털 치료제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 – 에임메드의 ‘솜즈(SOMZ)’
2023년 8월 16일, 식약처는 에임메드(AIMMED)가 개발한 ‘솜즈(SOMZ)’를 국내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로 정식 허가했다. 솜즈는 불면증 치료용 인지행동치료(CBT-I) 를 제공하는 모바일 기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사용자의 수면 습관과 수면 위생을 분석해 맞춤형 행동 개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에임메드는 임상시험을 통해 솜즈의 수면 개선 효과를 입증했으며, 특히 수면의 질(Quality of Sleep)을 개선하고, 수면 잠복기(latency) 단축에 기여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해당 제품은 2등급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분류되었고, 치료 알고리즘은 국제적 CBT-I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도록 설계되었다.
식약처는 승인 당시 ▲알고리즘의 과학적 타당성 ▲사용자 데이터의 보안 처리 ▲의료진이 연동하여 치료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 등에 높은 평가를 부여했다. 이로써 솜즈는 국내에서 최초로 디지털 치료제가 제도적으로 허가받은 사례가 되었으며, 이후 승인되는 제품들의 기준이 되는 사례로 기록되었다.
웰트-I ( 슬립큐(SleepQ) 와 레드필 케어 ( 비비드 브레인(Vivid Brain) )
솜즈에 이어 2023년 12월 11일,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웰트(WELT)는 ‘웰트-I’ ( 슬립큐; 앱 명)라는 불면증 치료용 디지털 치료기기로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다. 웰트-I 역시 CBT-I 기반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보다 정교하게 분석하고, 주간 리포트 기반 피드백을 제공하는 기능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웰트는 특히 UX/UI 디자인과 치료 참여 유도 방식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으며,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 설계 및 AI 기반 수면 분석 기술이 적용되었다. 이 제품은 승인 이후,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시범사업에도 포함되면서 실제 환자 대상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다.
이후, 2024년 5월 3일에는 라이프시맨틱스의 ‘레드필 케어( 비비드 브레인; 앱 명)’가 국내 세 번째 디지털 치료제로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이 제품은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의 피로(Fatigue)를 개선하는 비약물 치료 솔루션으로, 심리적 스트레스 완화, 행동 개입, 인식 훈련 등 다중 치료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레드필 케어는 증상 개선 중심 디지털 치료제로, 정서 안정 콘텐츠, 치료 순응도 향상 시스템, 의료진 피드백 연동 기능을 포함하며, 환자 개인의 상태에 따른 치료 경로를 자동 설계하는 알고리즘이 강점으로 평가받았다.
향후 전망 – 보험 수가 및 의료 현장 확산 가능성
현재까지 KFDA의 승인을 받은 디지털 치료제는 3종이지만, 이미 10종 이상의 제품이 임상시험을 완료하거나 심사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적응증으로는 ADHD, 우울장애, 불안장애, 당뇨병, 비만 등이 있으며, 이는 기존 약물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거나 새로운 치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특히 2024년부터 보건복지부는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솜즈’와 ‘웰트-I’를 선정하여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로써 디지털 치료제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제도권안에서 인정을 받고 치료목적 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향후 급여 적용, 병원 연동 플랫폼 통합 등으로 더욱 보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 대형병원 중심으로 디지털 치료제 전담 부서가 생겨나고 있으며, KFDA는 2025년 하반기 중 디지털 치료기기 전용 가이드라인 개정안도 발표할 계획이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는 국내 디지털 치료제가 환자 중심의 실질적 치료 수단으로서 안착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는 지금이 시작이다
2025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승인된 디지털 치료제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그 임상적 가치와 확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 특히 에임메드의 솜즈는 국내 최초로 ‘디지털 치료제’라는 개념을 실제 제도 안으로 끌어들인 역사적인 제품이며, 이후 웰트-I, 레드필 케어는 다양한 질환군으로 그 적용 범위를 확장해 가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치료제는 정신건강, 암성 피로,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고령자 인지 기능 관리, 소아 행동 장애, 만성 통증 재활 등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며, 의료의 접근성과 치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디지털 기술과 임상 근거, 제도적 기반이 동시에 구축되는 지금이야말로 디지털 치료제 시대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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