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제와 연속혈당 측정기 (CGM )의 공존 실험
디지털 치료제와 CGM (연속혈당 측정기) 의 융합, 가능성은?
2025년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은 전통적인 치료와 기술 간 경계를 허물고 있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 peutics, DTx)와 CGM(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연속혈당측정기)이라는 두 핵심 기술이 있다. 이 두 기술은 각각 독립적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임상시험 단계에서 이 둘을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행동 중재, 인지행동치료, 습관 교정 등을 통해 환자의 질환을 개선하는 비약물적 디지털 솔루션이다. 반면 CGM (연속혈당 측정기) 은 실시간 혈당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상태를 파악하며, 인슐린 투여 시점을 조절하거나 식이 패턴을 추적할 수 있는 기기다. 한쪽은 치료를 제공하고, 다른 한쪽은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둘의 결합은 임상적 시너지 창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제2형 당뇨병, 당뇨병 전단계, 비만, 인슐린 저항성 관련 질환에 있어, 디지털 치료제의 행동 기반 개입과 CGM의 실시간 생체 데이터가 만날 경우, 정량적 효과 측정이 가능해져 임상시험의 질과 신뢰도 모두를 높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치료제와 CGM 을 함께 활용하는 것이 임상시험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실제 적용 가능성 및 한계는 무엇인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디지털 치료제와 CGM (연속혈당 측정기), 임상시험에서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
디지털 치료제는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거나 인지 기능을 훈련시킴으로써, 특정 질환에 대한 증상 개선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비만 또는 제2형 당뇨병 대상 디지털 치료제는 사용자의 식습관, 운동 습관, 수면 패턴 등을 개선하도록 설계된다. 이 과정은 앱 또는 웹 기반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며, 환자의 자기보고형 데이터(Self-reported Data)나 플랫폼 로그(Log Data)가 주요 평가 지표로 사용된다.
반면, CGM (연속혈당 측정기)은 환자의 혈당 수치를 실시간 또는 5분 단위로 측정하는 연속적 생체 데이터 장치다. 혈당 수치라는 ‘객관적이고 자동화된 데이터’를 제공하는 CGM은 기존 임상시험에서 1차 유효성 평가 지표(primary endpoint)로도 채택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HbA1c(당화혈색소) 수치 변화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일일 혈당 패턴, 야간 저혈당 발생, 혈당 변동성 등 미세한 지표를 CGM이 포착해준다.
따라서 디지털 치료제는 중재(intervention)를, CGM은 측정(measurement)을 담당하며, 이 둘은 임상시험 내에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실제로 디지털 치료제가 ‘행동의 변화’를 유도했다면, 그 변화가 실제 혈당 패턴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CGM 데이터를 통해 실증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임상시험에서 디지털 치료제와 CGM (연속혈당 측정기) 이 함께 사용된 사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발표된 다수의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디지털 치료제와 CGM을 병행하여 사용한 시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당뇨병 및 체중감량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확대되면서 CGM을 보조 측정도구로 포함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에서 진행된 Virta Health의 비약물적 당뇨병 치료 임상시험이 있다. 이 시험에서는 디지털 치료제 기반의 행동중재 프로그램과 함께 Dexcom G6 CGM을 병행 사용하여, 환자의 '자가보고 결과'와 '실제 혈당 데이터'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행동 변화가 실질적인 혈당 변동 감소로 이어졌음을 입증했고, 이는 디지털 치료제의 객관적 유효성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었다.
또한 국내 일부 병원 기반 파일럿 연구에서는, 비만 대상 디지털 치료제와 CGM 데이터를 연동하여 "식후 혈당 반응과 행동 변화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개인의 혈당 반응을 실시간 피드백으로 제공할 경우 디지털 치료제의 효과가 상승하는 경향도 관찰되었다. 이처럼 디지털 치료제의 효과를 단순한 자가 설문이 아닌 객관적 생체 지표로 입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CGM은 임상 설계자에게 매력적인 도구가 된다.
통합 활용의 장점과 기술적/윤리적 고려사항
디지털 치료제와 CGM을 함께 사용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이점을 제공하지만, 임상시험 설계 시 기술적·윤리적 고려사항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장점의 두드러진 효과는 다음과 같다:
- 정량화된 치료 효과 검증: 자가보고와 다르게, CGM은 편향 없는 생체 데이터를 제공해 치료 효과의 신뢰도를 높인다.
- 개인 맞춤형 피드백 가능: 특정 행동 변화가 혈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사용자에게 실시간 제공할 수 있어 몰입도가 향상된다.
- 이중 블라인드의 한계 보완: 디지털 치료제는 완전한 맹검 처리가 어려운 구조이지만, CGM (연속혈당 측정기) 데이터는 비교적 객관적인 보완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다음과 같은 기술적·윤리적 고려하여 개선이 필요하다.
- 데이터 연동의 표준화: 다양한 CGM 제조사(Dexcom, Abbott 등)마다 API와 데이터 구조가 상이하여, 디지털 치료제 플랫폼과의 연동 개발이 기술적으로 복잡하다.
-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CGM (연속혈당 측정기) 데이터는 고도로 민감한 생체 정보이므로, HIPAA(미국 보건정보보호법)나 GDPR(유럽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 준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 비용 이슈: CGM 기기는 고가이며 보험급여 적용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상시험 예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디지털 치료제 개발자 및 임상시험 설계자는 시험 목적에 따라 CGM 병행 사용 여부를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2025년 현재, 규제기관의 입장은 어떠한가?
2025년 기준, 미국 FDA와 유럽 EMA는 디지털 치료제와 CGM의 통합 사용에 대해 명시적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FDA는 디지털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연속혈당측정기(CGM)와 같은 생체 데이터 장치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장치를 유효성 검증을 위한 정량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임상 자료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단, 해당 장치의 정확성, 안전성, 개인정보 보호 기준 충족 여부는 반드시 입증되어야 한다.
단, CGM 데이터를 유효성의 1차 지표로 사용할 경우, 장치의 정확도, 사용법, 데이터 보안체계에 대한 설명이 임상시험계획서에 포함되어야 하며, 기기 자체가 FDA 인증을 받은 제품일 것이 요구된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KMFDS)는 2024년부터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시범 가이드라인을 적용 중이며, 일부 승인된 임상시험에서는 연속혈당측정기(CGM), 웨어러블 기기 등 생체 데이터 장치를 보조 측정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비록 명시적 유권 해석은 없지만, 식약처는 해당 장치의 활용을 임상 설계에 따라 조건부로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디지털 치료제 평가 기준이 확대될 수있음을 말해준다.
단, 아직까지 디지털 치료제와 CGM의 연계 사용을 위한 명확한 평가체계나 통합 지침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개발자 측의 자율적 설계 능력이 중요하다.
디지털 치료제와 CGM (연속혈당 측정기) 의 시스템 통합 전략
디지털 치료제와 CGM은 각각 독립적으로도 임상적 가치를 지니지만, 2025년 현재 이 둘의 통합적 활용은 임상시험의 정확도, 신뢰성, 사용자 몰입도, 치료 효과 입증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강력한 전략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통합은 단순히 “두 기술을 병렬로 사용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임상적 목표에 따라 데이터 구조, 측정 시점, 사용자 피드백 방식까지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 통합이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CGM 데이터를 주요 효과 지표로 사용할 경우, 그 정확성과 보안, 그리고 사용자 접근성을 고려한 별도의 계획이 요구된다. 이 두기기의 통합은 단지 기술의 통합이 아니라, 의료 데이터 기반 정밀 치료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