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제 UX가 임상시험 결과에 미치는 영향
UX (사용자 경험) 는 이제 디지털 치료제의 ‘임상적 유효성’까지 결정
2025년 현재,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는 정신건강, 불면증, 만성질환 관리, 인지장애 개선 등 다양한 질환군에서 사용되며 의료계의 새로운 치료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디지털 치료제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능 구현을 넘어,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이 임상적 효과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디지털 치료제는 일반 의약품처럼 복용만 하면 되는 치료제가 아니다. 대부분 앱, 웹 또는 디지털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하며, 사용자는 치료 내용을 직접 수행하거나 상호작용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치료제의 기능을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몰입할 수 있어야만 임상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UX의 질이 곧 임상 결과의 품질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이 글에서는 UX가 디지털 치료제 임상시험 결과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실제 임상시험 설계 시 UX를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에 살펴보고자 한다. 사용자 친화적인 치료제와 그렇지 못한 치료제의 임상 결과는 분명히 다르며, 이 차이는 승인 여부, 시장 성공 여부, 치료 효과의 객관적 입증 가능성까지 영향을 미친다.
UX ( User Experience )가 치료 순응도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
디지털 치료제의 임상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 중 하나는 사용자의 치료 순응도(Adherence)다. 약물 복용에서의 순응도가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는 행동이라면, 디지털 치료제에서는 앱을 일정 기간 사용하고, 정해진 과제를 수행하며, 피드백을 확인하는 등의 일련의 행동을 얼마나 성실히 수행했는지가 순응도로 해석된다.
UX가 불편한 앱, 즉 인터페이스가 복잡하거나 동작이 느리거나, 사용자가 혼란을 느끼는 설계를 갖고 있다면 환자는 중도에 이탈하거나, 최소 사용 시간도 채우지 못할 수 있다. 다시 말해 UX가 불편한 앱이라면, 임상시험 데이터의 결측률을 높이고,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2024년에 발표된 한 국제 저널 연구에서는 UX 설계가 잘된 디지털 치료제에서는 사용자 이탈률이 평균 15% 이하였던 반면, UX 설계가 미흡한 제품군에서는 이탈률이 40%를 초과한 사례가 확인되었다. 동일한 치료 알고리즘을 탑재한 두 플랫폼이라도, UX가 달라지면 임상적 유효성 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되지 못하는 사례도 실제 존재한다. 이는 UX가 단순한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 성공률을 좌우하는 ‘임상 전략’임을 의미한다.
UX는 정량적 UX지표(SUS 등)로 측정되고, 임상 분석에 포함되어야 한다
UX가 임상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감각적인 느낌이나 사용자 만족도의 문제로 생각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정량적 지표로 측정이 가능하며, 임상 설계 내 변수로 반영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도구는 SUS(System Usability Scale)이다. SUS는 10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지이며, 사용자가 앱이나 시스템을 얼마나 쉽게 사용할 수 있었는지, 다시 사용하고 싶은지, 사용하면서 혼란을 느꼈는지 등을 평가한다. SUS 점수는 0~100점 범위이며, 68점을 평균으로 간주한다. 임상시험에서는 사용자의 SUS 점수를 치료 순응도 및 효과 지표와 함께 분석함으로써, UX 품질이 실제 치료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UEQ(User Experience Questionnaire), NASA-TLX(Task Load Index) 등 더 세분화된 UX 분석 도구도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치료제 플랫폼에서는 UX 분석을 위해 앱 내 행동 로그(버튼 클릭률, 화면 체류 시간, 에러 발생 빈도) 까지 수집해 임상결과 해석에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UX는 더 이상 '마케팅 요소'나 '후속 개선사항'이 아니라, 임상 데이터와 함께 해석되어야 하는 핵심 지표이며, 임상시험 설계 단계에서부터 UX 테스트를 포함하는 것이 글로벌 임상 전략의 핵심이 되고 있다.
UX가 환자의 몰입도와 감정 반응에 영향을 준다
디지털 치료제는 많은 경우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노출치료, 뇌 훈련 등과 같은 치료 방식을 디지털로 구현한 형태다. 이때 치료 효과는 단순히 앱에 접속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사용자가 얼마나 몰입하고, 과제를 진지하게 수행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앱의 디자인이 너무 복잡하거나, 사용자의 연령이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색상·글자 크기·안내 방식 등을 포함하고 있다면 사용자는 흥미를 잃거나 과제를 정확히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UX가 우수한 치료제는 사용자 감정 상태까지 긍정적으로 유도하여, 심리적 안정감이나 자기효능감을 높여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고령자 대상 인지훈련 치료제의 경우, 작은 버튼이나 빠른 전환 효과는 오히려 인지적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사용자가 긴장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면 치료 효과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UX는 단순히 기능적 편의성이 아니라 ‘감정적 UX’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접근되어야 하며, 이러한 정성적 경험은 실제 임상결과 해석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임상시험 설계 시 UX를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디지털 치료제 임상시험을 설계할 때, 많은 기업이나 연구기관은 알고리즘 성능이나 치료 모듈의 정밀도에 집중한다. 물론 이러한 요소도 중요하지만, 사용자 경험 설계는 초기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핵심 요소다. 실제로 2023년 이후 FDA에 제출된 디지털 치료제의 임상계획서에는 UX 테스트 결과와 SUS 기반 사용자 피드백이 동봉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임상 설계자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 파일럿 테스트에서 UX 점수를 측정하고, 조기 개선사항을 도출할 것
- 임상시험 대상자 선정 시 UX 적합성(연령, IT 사용 능력 등)을 고려할 것
- 중간 분석 시 UX 점수와 임상 효과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임상 성공률을 높일 것
또한 다양한 사용자군(고령자, 청소년, 정신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반드시 맞춤형 UX 설계를 따로 고려해야 한다. UX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 특성에 맞춘 사용자 경험 설계가 결국 임상시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 된다.
UX는 디지털 치료제의 성공을 좌우하는 '임상 변수'다
디지털 치료제가 약물과 가장 다른 점은, 환자가 치료 과정의 주체가 되어 앱이나 프로그램을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말은 즉, UX가 곧 치료 그 자체이며, 임상시험에서 측정되는 데이터는 UX를 매개로 한 환자의 반응이라 할 수 있다.
2025년 현재, 글로벌 제약사와 디지털 치료제 개발사들은 UX 설계를 별도의 전문 영역으로 분리하고, UI/UX 전문가와 임상시험 전문가 간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UX가 부가적인 요소가 아닌, 디지털 치료제의 근간을 이루는 치료 효과의 일부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을 설계하는 사람,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그리고 이 분야의 투자를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UX를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드는 작업”으로 보지 말고, 임상적 근거를 입증하는 데이터 설계의 첫 단계로 인식해야 한다. UX는 ‘기능’이 아니라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임상 변수이며, 치료제의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현실적인 요소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