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평가도구 총정리
평가도구 없이 디지털 치료제 임상은 없다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는 2025년 현재, 전통적인 약물치료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의료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신건강, 수면장애, 인지장애, 소아 발달장애, 만성질환 등 다양한 질환 영역에서 비약물적이고 개인 맞춤형 치료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을 수 없기때문에, ‘어떤 평가도구를 사용하느냐’는 임상시험의 신뢰성과 설득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기존에는 약물 중심의 평가척도가 일반적이었지만, 디지털 치료제는 작동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평가도구가 필요합니다. 2025년 현재, 디지털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임상 분야별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평가도구를 실제 사례와 함께 알아보고자 합니다.
1. 정신건강(우울증/불안장애) 분야
PHQ-9 (Patient Health Questionnaire-9)
PHQ-9는 우울증 증상의 정도를 자가보고 형식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된 도구입니다. 9개의 문항은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의 우울증 진단 기준을 반영하고 있으며, 응답자는 각 문항에 대해 0~3점으로 답변하게 됩니다. 디지털 치료제 임상시험에서는 우울증 치료 앱 또는 인지행동치료(CBT) 기반 플랫폼에서 주로 1차 유효성 평가 지표로 사용됩니다.
특히 미국 FDA가 디지털 치료제 임상에서 PHQ-9을 주요 평가 지표로 인정하고 있어, 글로벌 임상에서도 거의 표준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GAD-7 (Generalized Anxiety Disorder-7)
GAD-7은 불안장애의 심각도 평가에 특화된 도구로, 7개의 문항을 통해 불안 증상의 빈도와 강도를 측정합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불안장애와 관련된 사용자 행동의 패턴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므로, GAD-7을 주기적으로 사용하여 치료 효과를 정량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특히 GAD-7은 사용이 간편하고 온라인 설문화가 용이하여, 비대면 기반의 앱 중심 치료제에 최적화된 도구로 간주됩니다.
WHO-5 (World Health Organization – Five Well-being Index)
WHO-5는 삶의 질과 웰빙을 간단하게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총 5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긍정적 감정 상태 중심의 문항 구성으로 우울증, 스트레스, 삶의 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PHQ-9이나 GAD-7보다 짧고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어 보조 지표로 자주 사용됩니다.
2. 수면장애 및 불면증 치료 분야
PSQI (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
PSQI는 지난 한 달간의 수면 상태를 7개 영역에서 평가하는 설문 도구입니다. 수면 시간, 수면의 질, 수면 효율, 수면 장애 여부 등 수면과 관련된 다양한 항목을 포함하고 있으며, 디지털 수면치료제에서는 가장 자주 활용되는 표준 도구입니다.
특히 Sleepio, Somryst와 같은 FDA 승인 수면치료 DTx는 이 평가도구를 1차 지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수면 데이터와 함께 자동화 분석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ISI (Insomnia Severity Index)
ISI는 불면증의 중증도를 간단한 7개 문항을 통해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수면 시작 어려움, 수면 유지 문제, 전반적 수면 만족도 등을 정량화하며, 불면증 개선 정도를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ISI는 PSQI보다 짧고 명확하여, 사용자의 피로도를 낮추면서도 변화 탐지가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PSQI와 병행 사용하거나, 단독 지표로도 사용 비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3. 인지기능 및 노인치매 치료 분야
MoCA (Montreal Cognitive Assessment)
MoCA는 기억력, 시공간 능력, 언어, 집중력, 집행기능 등 전반적인 인지 기능을 평가하는 도구입니다. 점수는 30점 만점이며, 26점 미만이면 인지저하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됩니다.
디지털 치료제에서 MoCA는 치매 예방, 인지장애 개선, 노년기 두뇌 훈련 플랫폼의 유효성 측정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AI 기반 자동 채점 기술과 결합된 디지털 MoCA 버전도 개발되어, 비대면 임상시험에서 매우 실용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4. 소아 ADHD 및 발달장애 치료 분야
CBCL (Child Behavior Checklist)
CBCL은 아동의 정서 및 행동 문제를 부모나 보호자가 보고하도록 설계된 평가도구입니다. 주의력, 사회성, 공격성, 불안 등 다양한 항목을 포함하고 있으며, ADHD나 자폐 스펙트럼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에서 보조 지표로 자주 사용됩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아동의 게임 반응이나 집중력 행동 패턴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이를 CBCL 점수와 연동하여 치료 효과를 종합 분석하는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특히 미국 FDA 승인을 받은 Akili Interactive의 EndeavorRx에서도 활용된 바 있습니다.
5. 사용자 경험(UX) 및 치료제 사용성 평가 분야
SUS (System Usability Scale)
SUS는 디지털 치료제의 사용 편의성, 만족도, 반복사용 의향 등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사용자 경험(UX) 평가도구입니다. 10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68점 이상이면 사용성이 우수하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과 달리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앱 또는 디바이스를 사용해야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SUS는 치료 지속률과 상용화 성공률을 예측하는 지표로 중요하게 활용됩니다.
평가도구의 선택이 치료제의 미래를 결정한다
디지털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어떤 평가도구를 선택하느냐는 단순한 기술적 결정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규제기관의 승인을 얻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뿐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정밀하게 평가하고, 궁극적으로는 치료제의 시장 성공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 요소입니다.
2025년 현재 디지털 치료제는 정신건강, 수면, 인지, 발달장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으며, 각 분야별로 최적화된 평가도구가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평가도구들은 FDA, EMA, 식약처 등 글로벌 규제기관과 실제 임상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검증된 도구들입니다.
앞으로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 진입하거나, 임상시험을 설계하려는 의료 관계자라면, 단순히 ‘인증받은 도구’가 아닌, 치료 목적에 가장 잘 맞는 맞춤형 평가도구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올바른 도구를 선택함으로서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고, 환자의 치료 효과를 정확하게 반영함으로서, 결국 디지털 치료제의 성공을 이끌 수 있습니다.